작품 속에 등장하는 행복한 표정의 소녀들, 어릴적 함께 지냈던 인형들과 어렴풋이 남아있는 동화나 만화에서 이어진 개성 넘치는 소녀들은 익살맞은 표정들의 요술봉과 함께 나의 행복했던 동심 속 꿈을 기억하게 한다.
행복한 꿈과 즐거운 호기심들은 눈부시게 밝은 다양한 컬러들과 날카로운 칼로 표현된 스크레치를 통하여 화려하면서도 날카롭고 집요한 느낌으로 표현된다. 이는 막연한 열려진 세계속에서 무한하게 밀려오는 미지에 것들 속에 잠식되어 나를 잊지 않게 삶을 기억하고 아로새기는 과정이자,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을 잠시 잡아두고 쉬어가게 하는 행위이다. 이는 마음이 복잡해지고 생각이 많아질 때 나를 보호하기 위해 행하는 무의식적 반복행위 같기도 하고, (정말로 모두가 행복한) 유토피아 같은 세상을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향해 빌고 빌어보는 염원 같기도 하다.
수차례의 물감을 얇게 덧칠하여 만들어낸 균일한 표면과 색감, 그 위를 오가며 수없이 쌓아가는 스크래치 과정은 하나의 수행에 가깝다. 수없이 반복되어 패턴을 이루는 선들,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서로 반응하며 독특한 울림을 만든다. 시간과 공간, 기억을 담은 하나의 흔적/상처들은 서로 어울려 눈부시게 빛나기도 하고 아름다운 패턴을 이루기도 한다. 마치 정돈되고 아름다워 보이는 오늘날의 세상을 각자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같기도 하다. 이런 스크래치들은 우리의 기억을 품고 있는 천진한 이미지들(재미있는 표정의 괴물들, 행복한 얼굴의 소녀들, 아름다운 꿈처럼 기분좋은 일을 만들것 같은 사물들)과 어울어지며 우리네 삶에 작고 기분좋은 균열을 만든다.
보이는 것을 넘어선 공간을 일상 공간에 투사하여 촬영하는 행위자체는 기표와 기의의 피해 갈 수 없는 결합인 사진 본질을 이용해 인간이 정의하는 의미의 한계에 갇히길 거부하는 퍼포먼스이자 새로운 시각에 대한 제시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역동적 상징과 암시의 공간으로 가득하며 사진이 다른 종류의 모방, 기호와 구분되는 지점이 언제나 지시 대상을 지니는 점일 터인데 비현실적인 허구적 공간만이 보입니다. 이곳이 숲 속인지 초현실 속 공간인지 알기 힘들며 존재론적 욕망은 새로운 유령의 탄생을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현존하는 자연이며 보이는 것 넘어에 있는 공간과의 결합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들이 현실과 중첩되며 시각적 무의식과 우연성으로 포착되고, 우리가 전부로 생각했던 3차원적 시공간 속에 비가시적 지점을 표현하였습니다.
작품의 재료는 사용하고 버리게 되는 일상의 다양한 소비재들입니다. 버려지거나 쓸모없어진 소재를 이용하여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낸 업사이클 아트(Up-Cycled Art) 작품은 재료부터 작업에 영향을 받곤 합니다.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조금 거리가 있기도 하지만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환경파괴로 지구상의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환기하기위해 동물들의 위기와 환경문제를 다양한 업사이클 작품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자 작업하고 있습니다.
버려지고 남게 된 것들은 재료가 되고 여러 단계를 거쳐 캔버스에서 새롭게 탄생합니다. 무엇인가 개발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것의 파괴가 있어야만 가능한데 추가적인 소비보다는 이미 생산되었고 의미를 저버린 것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과정입니다. 비인간 동물들과 더불어 공생하는 행복한 세상이 오길 희망합니다.